저는 어딜 가든 이동시간이 긴 탓에 손에서 휴대폰을 놓기가 힘들었습니다. 나이를 먹어서도 게임이 친숙할 수밖에 없는 몸이란 말이죠. 그나마 오락실을 다니며 유지했던 체력도 대학생이 되어 좀처럼 즐기기 어렵게 되니 거품처럼 빠져버렸고, 자연스레 다른 곳(뉴스 등)에 시선을 돌려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재작년부터 해외로 출장을 자주 다니게 되니 체력 이슈로 그나마의 게임을 즐길 시간마저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스팀 라이브러리는 얼어붙은 지 오래이고, 리듬게임은 자동만 돌리고, 그나마 일일미션이라도 해내던 NIKKE 등도 점차 접속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게임은 제 인생과도 같은 것. 진로도, 스트레스 풀이도, 경험도, 언어도, 두뇌도, 전부 게임을 통하여 이루어낸 만큼 게임 비중이 줄어드는 삶이란 죽음을 목전에 둔 시한부와도 같은 기분이 들고 맙니다.
물론, 그 밖의 길로서 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긍정적인 부분이 있듯, 최근 저는 TRPGプレイヤーが異世界で最強ビルドを目指す라는 작품에 홀린듯 빠져서 탐독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서로 읽다 보니 한국어로 읽는 것보다야 20% 정도 시간이 더 걸리긴 하는데,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읽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기에 썩 만족스럽게 읽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1권을 읽는 데에만 2년이 걸렸지만 2권과 3권은 거진 2주가량씩 투자하여 독파한 것 같습니다. 이제 4권(上)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일하면서도 소설 생각이 날 정도니까 미칠 것 같습니다. 제 취향의 소재, 제 취향의 개그, 종이책으로도 전자책으로도 모두 구입했는데, 이 소설 덕분에 전자책의 편의성에 개안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러면 안된단 말이죠. 시험 준비도 이것저것 해야하고, 다음에 있을 출장을 위해서라도 이런저런 준비거리야 잔뜩 쌓여있는데, 건너가야 할 강 위에 멈춰서서 발만 담가놓고 눈과 머리로는 딴짓을 하고 있는 걸 자각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폭풍우라도 치면 불어난 물줄기에 쓸려갈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현실도피를 하고 있습니다.
애시당초 수능시험 12시간 전에도 오락실에서 게임기를 두들기고 있던 인간에게 강산이 변할 시간 동안 체력이 떨어졌을지언정 그 본질이 변할 리는 없었다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든 크나큰 실패를 회피해냈기 때문에 생긴 자만의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최악을 피해낼 수 있었기에, 그러는 한편으로는 성과를 거둬낸 부분도 많기에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군살처럼 붙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인간, 발전한다는 말이 이러한 것일 터인데, 과학기술이 부작용을 이끌어낸 부분도 있듯이 반드시 진취적인 방향성만을 움켜쥐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게임 리뷰를 작성해야 하는데 자꾸 딴소리를 하게 되는군요. 가끔씩 이렇게 글을 쓰며 불필요한 사고를 털어낼 장소가 있다는 게 의외로 마음에 듭니다. 생각을 남에게 드러낸다는 것은 위험하면서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행위라는 걸 느끼게 해주네요.
이제 다시 네트워크 글도 작성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테스트 결과를 쌓아가면서도 쉽사리 글을 쓰기가 힘든 건 기존에 짜둔 틀대로 작성하려다 보니 발생한 불상사로 보여집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틀 떼어내고 말지. 편안~하게 작성해야겠네요. 매번 계획을 하든 틀을 짜든 지나치게 얽매여서 실패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번에는 떨쳐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라고 만든 건전한 감정 쓰레기통 블로그인데,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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