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변인] 一番事件 : 발각(發覺) – 01

동물변인 title

─사람이 정신적으로 몰렸을 때, 피로의 한계에 도달한다면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네. 키레는…부모님께서 나가계신 동안 사귀게 된 친구입니다.”

이 말을 시작으로, 여자아이와 한 방에 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둘러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그저 내 능력을 보여주기만 하면 끝날 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키레와 만난 날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며칠의 시간이 있었다. 그 며칠의 시간을 잘 넘어갔다고 생각한 순간 생겨난 작은 방심이 이처럼 마주하고 싶지 않던 상황과 직면하게 만든 것이다.

“음…….”

어마마마의 낮은 침음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가 자세를 고쳐 앉으시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서 떨고있는 키레의 불안이 느껴진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그 사이의 일들을, 키레와 보다 깊은 이해 관계를 갖게 된 과정과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그리고 다시, 피할수 없는 문제와 마주보기로 하자.

* * *

“래문!”

“왜.”

키레. 어여쁘게 생긴 여자아이. 흰 반팔티로 가려지지 않는 가느다란 몸매가 여실히 드러나는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바퀴벌레이다. 머리 위로 돋아난 두 가닥의 가느다란 더듬이가 아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런 녀석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에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무엇이겠는가? 어제오늘 녀석의 투정에 어울려주며 많은 기력 소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내 또래 소녀의 그것이지만, 도저히 정신연령이나 지식 수준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요는,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난감한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겠다.

“나 이 책 이제 열 번 넘게 읽었단 말이야!”

“어, 그래.”

“뮤으……!”

내가 계속 시큰둥하게 반응하자 약이 올랐는지 침대에서 일어나 쿵쾅거리며 다가오는 키레. 하지만, 제발 나 좀 내버려다오. 예전 집과 사람들이 그리워서 미칠 지경이니까. 그것 말고도 네게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또 있는데 말이지.

“키레, 대체 왜 바지를 입지 않겠다는 거야? 내가 분명히 말해주지 않았었나?”

어제 분명 바지를 입어야 하는 이유를 요목조목 따져가며 설명해줬는데도 들은 체도 하지 않더라. 끝내 눈을 둘 곳이 없어 곤란하다며 본심까지 토해냈는데도 입지 않겠다고 선언하길래, 내가 딱 잘라 분명히 말했다.

─당장 바지를 입지 않으면 인간으로 대접해주지 않겠다고.

알아. 이해하고 있어. 옷이란 개념 없이 살아온 네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평상시에도 허물을 달고 다니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몰라.

실제로 옷의 감촉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며 잠들 때마다 벗고 자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고 키레는 키레다.

녀석이 ‘바퀴벌레’로 살아가겠다면 내가 굳이 이렇게 강요할 필요가 없지만, 인간으로 살아가겠다며 의사를 밝혔기에 사회적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래문. 바지 벗어.”

응? 내가 잘못 들었나? 지금 뭐라고 했어?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아있는 내 앞으로 다가온 녀석은 뜬금없는 말을 했다.

“빨리 바지 멋으라니까!”

으악! 이 행동력만큼은 쓸데없이 빠른 녀석아!

“잠깐, 잠깐! 바지 좀 잠깐, 바지는 일단 놔! 뭐야, 왜?! 대체 왜 바지를 벗으라는 건지 불상사를 당하더라도 이유라도 좀 알고 당하자!”

상당히 볼품없는 말이지만, 여자애한테 내 소중하고도 비밀스러운 부위를 보이는 것보단 낫다고! 너 지금 내 팬티까지 벗기려고 했잖아!

대체 이 여리여리한 몸 어디에서 나오는 힘인 건지…지금껏 먹은 것이라곤 막대과자 세 상자랑 어제 저녁에 내가 몰래 만든 주먹밥─손수 꾹꾹 눌러 만든 주먹밥 형태의 밥 덩어리─뿐인데도 기력이 넘쳐나는구나.

“래문이 바지 벗으면 나 동등하게 대접해주겠지!”

“……!!”

그, 그런건가?

그럴 리가!!

“알겠어, 알겠으니까, 내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바지에서 손 좀 떼봐! 팬티 벗겨진다고!”

“…내 말, 알았지?”

─라며, 그제야 바지에서 손을 놓는 키레였다.

“야, 울적해하는 게 뻔히 보이는 사람을 왜 귀찮게 하는 거야?”

향수병에 상사병까지 덮친지라 한창 무기력증에 허덕이고 있던 나를 자꾸 건드리는 이유나 들어보자. 시답잖은 이유라면 아무리 인자한(!) 나라도 화를 낼지 모른다.

“래문은 내가 괴롭히는 거 싫지.”

“…말이라고 하는 거 맞지?”

“응.”

요 녀석 봐라? 설마 자기 심심하다고 나를 화나게 만들어서 반응을 보고자 놀린 건 아니겠지?

“나도 바지 입는 게 싫어.”

아~! 그게 말하고 싶었구나? 너 참 화술 좋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게 대화를 끝맺음시키다니.

바퀴벌레는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인간 단위의 IQ로 보자면 430까지 증가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얘는 어째 만사가 위급 상황인 것 같아.

“내가 바지를 입어야 하는 이유가 래문이 남자이고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지?”

“그…랬지?”

지금도 내 코앞으로 보이는 건 골반에 간신히 걸친 분홍색 트렁크 팬티 아래로 뻗은 가느다란 두 다리이다. 팬티도 간신히 입힌 건데, 저게 없었다면 SAN치 판정 주사위를 몇 번이고 굴려야 했을 것이다.

“래문은 이상한 일을 벌이지 않을 거지?”

잠시 눈이 흔들리고 말았는데, 확답을 주기보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지금도 나 자신을 믿지 못해 속옷이든 바지든 입히려는 건데, 어느 날 갑자기 헤까닥해서 늑대로 변할지 그 누가 아냐?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절~대로 없다!

“…대답하지 않는 거야?”

“없어. 절대 없어. 아주 없어. 네 평생에 결코 없어!”

“그럼 래문과 있을 때는 바지 벗고 있어도 되지 않아?”

“앗, 그…….”

흠. 이건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고르란 얘기군.

하나, 기각하고 내가 변태가 된다. 그럼 녀석이 방안에서도 바지를 입는 습관을 기르게 될 것이고, 그 연장선상으로 어디서든 입게 함으로써 의복 문화를 자연스레 체득시킬 수 있다.

둘, 녀석의 궤변에 응한다. 그럼 최소한 나는 변태가 아니게 될 것이다! 또한 녀석이 ‘나와 있을 때는’이라는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했기에, 밖에서는 필히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며 조건을 제시해볼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문제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 이런 걸 두고 외통수에 몰렸다는 거겠다.

“뮤으으으으으으…….”

“음…….”

슬쩍 녀석의 눈치를 보니 기대감에 가득 찬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혹시 이 녀석, 내가 무엇을 곤란해할지 알고 계획된 질문을 던진 건 아니겠지?

평소 어마마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겐 말씨름에서 밀려본 적이 없는 내가, 갓 사람이 된 바퀴에게 질 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렴, 그럴 리가 없다. 바퀴벌레와의 논리 싸움에서 패배한 최초의 인간은 되고 싶지 않거든?

일단은…다른 선택지가 없구나. 바깥에서만이라도 바지를 입고 있겠다는 말과 같으니 지금은 일보 물러날 수밖에.

“좋아. 그럼 이 방에 한해서만 바지를 벗고 있어도 되는 걸로 하자.”

“정말?”

반색하는 모습을 봐라. 머리 좋은 녀석…….

“하지만 속옷만큼은 양보 못해. 속옷은 항상 입고 있기. 이걸로 협상하자. 어때?”

“그치만 이거 불편해.”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긴 한데, 마을이 있다더라. 마을 가면 네 전용으로 사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줘. 괜찮겠어?”

“응!”

활짝 웃는 얼굴로, 그러면서 얼른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을 내게 들이미는 키레.

“이참에 이 책 그만 읽어도 돼?”

깨진 계란의 모험. 차를 타고 오면서 오랜만에 읽어봤지만 500번 넘게─조금 과장 섞인 횟수일지 몰라도─읽었던 책인지라 그 내용이 눈에 선했다. 어렸을 때 재밌게 읽었던 책이지 당연하지만 말이다.

“…10번이라.”

“…래문?”

똑같은 책을, 그것도 동화를 연달아 읽게 만들었으니 슬슬 지겨워질 때도 됐지. 오히려 열 번을 반복해 읽으면서도 조용히 있어준 게 고마울 따름이다.

…말이 동화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이런저런 삽화가 잔뜩 그려져 있다곤 해도 그 두께가 활자 가득 50페이지가량 되는 것을 정말 동화라고 불러도 되는지에 대해선 미심쩍긴 하다.

“응. 그만 읽어도 될 것 같아.”

“와~!”

앗! 야, 인마!

환호성을 지르며 책을 높이 던져버린 키레! 이게 어떤 책인 줄 알고 막 다루는 거냐, 이 녀석아……!

내가 잡았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바닥에 모서리부터 떨어졌다면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을 거다. 어린이집을 다녔을 때부터 10년 넘게 소중히 여겨온 책이니까!

표현하기 어색하지만 세간에 애착 인형이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이건 애착 책이라고 말해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이제 뭐할건데?”

“……아.”

기뻐하며 침대 위에서 폴짝 뛰어오른 자세 그대로 경직되어버린 녀석.

“뮤으으…….”

아니, 그대로 침대 위에 털푸덕 소리를 내며 자유낙하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줬다.

“래문, 나, 할 게 없어.”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라네, 키레양. 노트북이 고장나버려서 외장하드에 잔뜩 저장해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방법이 없거든. 충전기를 꽂아도 인식되지 않는 걸로 봐선 그쪽 부품에 고장이 난 모양인데, 당연하지만 이 주변에는 서비스센터가 없어 택배로 수리를 맡겨야 한다.

이참에 마을로 가서 사설 수리점을 찾아보고자 해도 걸어서 1시간 정도의 거리라서 솔직히 귀찮은 마음이 앞서는데…….

“…키레, 밖에 나가보고 싶지 않아?”

“…밖?”

“바퀴벌레였을 때는 멀리 가보지 못했을 거 아냐?”

“물론 그렇긴 하지만…….”

어라?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키레. 집밖이란 너무 미지의 세계라서 두려운 마음이라도 있는 걸까?

“같이 다녀오자. 돌아오는 길에 과자도 하나 사줄 테니까.”

“뮷……! 좋아!”

으, 놀래라! 양 더듬이를 느낌표마냥 곧추세우며 언제 어떻게 쓰러졌냐는 듯이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키레. 과자의 유혹이 공포심을 억누른 모양이다. 참으로 자기 욕구에 솔직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얼굴이 상기될 정도라니, 과자 얘기에 얼마나 흥분한 거야, 녀석, 참.

“그럼 언제 나갈까?”

“지금 나가자!”

이렇게나 해사하게 웃는 사람과 있으니 자연스레 환기되는 꿀꿀한 마음. 머릿속에 뭉게뭉게 가득하던 잡념을 털어내고는 나 역시 환하게 웃어보이며, 겁도 없이 문손잡이를 붙든 키레에게 한마디 했다.

“바지부터 다시 입어.”

“…….”

바지도 바지인데 바깥에 어마마마라도 계시면 어쩔려고 함부로 문을 열려는 거냐? 고작 하루이틀 사이에 긴장이 풀린 것 아닌가 싶어 바퀴벌레 이전에 생물로서의 생존본능에 경각심을 가져야하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

* * *

“추…추워…….”

“반팔만 입으면 춥다고 말해줬잖아. 방안에서라면 모를까, 요새는 봄 날씨가 봄 날씨 같지 않으니 말이야.”

키레가 바퀴벌레로서 얼마나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절의 개념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집안이 따뜻하니 바깥도 따뜻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반팔차림으로 나가려는 녀석에게 한참의 설득 끝에 스웨터라도 입힐 수 있었는데, 다행히 키레의 몸에 얼추 맞았다.

몇 년 전에 어마마마께서 나를 위해 직접 짜주신 스웨터는 진한 보라색이 특징이었지만 지금은 라벤더 색상 수준으로 옅어졌다. 색이 너무 빨리 빠지는데, 설마 염색도 직접 하셨던 걸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의외로, 키레에게 잘 어울린다.

“래문, 래문…도, 돌아가자…….”

“뭐? 벌써?! 우리 걷기 시작한 지 10분이 채 안 지났는데?”

“추워, 래문…….”

윽! 정말 추웠는지 덜덜 떨며 내 팔을 꼭 끌어안고 달라붙는 녀석. 아담한 양 가슴 사이에 끼어버린 내 오른 팔만 호강하고 있다.

이건 또 새로운 경험이구나. 키레 덕분에 여러 방면으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감촉을 마냥 기뻐하기엔 몸을 덜덜 떠는 녀석을 보니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바퀴벌레니까 온갖 병균과 싸워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지금은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다. 마을에 다녀오는 건 내일로 미뤄야겠다. 이곳에 온 뒤로 남는 건 시간밖에 없으니까.

“그럼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응…에츄!”

상당히 귀여운 재채기를 하는…구나! 기침과 함께 투명한 콧물이 쓰윽 흘러내리는 걸 보니 느낌이 싸한데.

“키레, 잠깐만.”

“어? 아…….”

키레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니 추위에 사그라들지 않은 미묘한 열기가 느껴진다. 손바닥으로 대강 짐작해보는 정도지만, 찬바람을 맞고도 이렇다면 진작부터 감기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아픈 티를 보이지 않으니까 전혀 모르고 있었잖아!

“키레, 솔직히 말해봐. 지금 어지러워? 눈앞이 핑핑 돌진 않아?”

“응. 에, 엣츄!”

“앗! 내 방향으로 기침하는 건 삼가줄래?!”

본 정체가 바퀴벌레인 녀석을 감염시킬 정도의 균이라면 나같은 평범한 인간에게는 극독일 거라고!

“뮤으…머리 아파. 몸이 무거워. 나, 전에 치익 소리나는 거 맞은 적 있는데…에츄! 그, 그때 비슷한 거 같아.”

방안이 따뜻하다고는 해도 해가 모습을 감추면 맨다리를 드러내고 있기엔 미묘하게 쌀쌀한 수준이다. 이 녀석, 분명 어젯밤에 바지를 입은 걸 확인하고 잤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맨다리더만, 간밤에 바지를 벗고 잔 게 분명하다.

처음 집을 출발했을 때의 패기는 어디 가고, 추위에 벌벌 떨면서 힘겨워하는 키레. 감기 증세가 너무 빠르게 악화하는 거 같다. 고작 10분 찬 바람을 맞았다고 이렇게까지 악화되는 게 정상인가?

“………업힐래?”

“에츗! 뮤, 뮤앗….”

깜, 깜짝이야…별 생각 없이 물어본 건데 되게 크게 놀라네. 방금의 발언에 그렇게까지 놀랄만한 이유가 있나? 아니면 단순 사레인가?

“왜 놀란 것처럼 기침하고 있어, 너. 아프다면서? 내게 기대는 걸 보니 걷기도 힘든 것 같은데, 차라리 내게 업히라고. 네가 바퀴벌레니까 병균에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루 사이에 이렇게 고열을 낼 정도로 아파할 줄은 몰랐어. 진작 옷을 두껍게 입혔어야 했는데…….”

“아냐, 옷 두껍게 입지 않아도 돼…츗! 뮤아아…”

연거푸 거절 의사를 내비치지만, 점점 느려지는 걸음걸이는 과자를 떠올리며 끌어올렸던 아드레날린의 효과가 다한 것 같다. 고열 상태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기에,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얼른 집에 데려가서 쉬게 하고 싶은데.

“나, 나…에츄! 나…그냥 바퀴벌레 모습으로 래문 어깨에 있어도 되는데…….”

내 얕은 지식으로는 바퀴벌레가 추위에 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보다 위험해지는 것 아닐까?

게다가 아무리 키레임을 인지하고 있어도 바퀴벌레 모습을 보면 미묘한 불쾌감이 느껴진다는 점도 있고, 만에 하나 녀석이 떨어진 걸 모르고 가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도 있다.

“네가 어깨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할려고. 그리고 말이야, 사람의 체온은 36.5도거든? 이 날씨에 서로간에 몸을 덥히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까지 말을 하며 등을 보였는데도 올라탈 생각 없이 머뭇거리는 키레. 내 앞에서 속옷도 불편하다며 벗으려했던 녀석이, 왜 업힌다는 행위에 대해선 숫처녀처럼 부끄러워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괜찮아, 나. 업혀가지 않아도 갈 수 있어.”

물론 네 스스로 걸어갈 수 있겠지. 그런데 비틀비틀, 호흡도 조금씩 가빠지는 게 상당히 위태로워 보이잖아.

“뮤, 뮤앗!”

키레의 팔을 잡아당겨 강제로 등에 업혔다. 이미 업혀놓고는 저항해보겠다는 건지 몸을 쭉 뻗는 녀석이지만, 몸부림치는 건 아니라서 업기에 불편할지언정 힘든 수준은 아니다.

집에 감기약이 있던가? 그 이전에, 먹여도 되나?

“놔, 놔! 에츄! 에츄, 에츄!! 뮤아앗!”

“앗! 야, 아파! 발로 차지 마!”

자기 몸 상태를 알 텐데도 내 호의를 열심히 걷어차는 녀석. 힘이 빠진 저항이라 고통은 크지 않지만, 그럴수록 아프다는 사실을 일찍 깨닫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니까 집에서도 따뜻하게 옷을 입고 있으라는 거야.”

“으으….”

“너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 거 같아서 좀 뛰어야겠다. 꽉 잡아.”

커헉! 꽉, 내가 꽉 잡으라고 했지 그렇게 목을 조르라곤 하지 않았는데…!

뭐, 뭐 그래, 좋아. 네쪽에서 꽉 잡아준다면 나로서는 신경을 덜 써도 돼서 달리기 편해지니까. 집에 돌아갈 때까지만 참아주라!


부제목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따라갈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동물이 인간으로 변함에 따라 발생하는 내용은 변인(變人)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은 사건(事件)으로, 읽지 않아도 스토리 흐름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가벼운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은 외전(外傳)으로 표기하려고 합니다.

기존 내용에서 설명이 부족했거나 의구심이 들 수 있는 부분들을 래문을 통하여 조금씩 채워넣고 있습니다. 추가되는 내용이 많다 보니 계속 기존보다 평균 25%씩은 늘어나는 게 보이네요. 마음은 좀 더 채워넣고 싶은 내용도 있고 해서, 추후 내용이 덧붙여질 수 있습니다.

기존의 재미 요소를 살리면서도 최대한 자연스러운 대화 흐름이 이어지도록, 그러면서도 빠진 내용을 채워넣지 않는다면 이렇게 다시 쓰는 의미가 없습니다.

완벽해지고 싶다…

댓글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