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변인] 一番變人 : 바퀴벌레(蜚)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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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문, 거기서 뭐하니?”

“예? …아, 옷 입고 있다니까 문을 열어드리기도 전에 갑자기 열고 들어오시는 건 어느 나라의 풍습인가요?”

긴박한 상황 속에 갑자기 터져나온 밝은 빛을 보고 잠시 정신줄을 놓쳤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어마마마의 눈길이 내 옆으로 향하지 않는 걸 보면 좋은 일이 벌어진 것 같긴 하다.

“흐응.”

어마마마는 의심이 가시지 않은 듯 주변을 둘러보고, 이에 나는 결백하다는 의미로 눈을 부릅떴다. 부모에게 향하는 자식의 눈으로서는 상당한 실례를 범하고 있는 바이나, 내 방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의 자취를 찾는 어마마마에겐 전혀 개의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

“…….”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방안을 살펴보시던 중 갑자기 내 발 밑으로 시선을 향하시는 어마마마.

“…….”

그 상태에서 멈칫하신 어마마마는 아무런 말 없이 내 얼굴과 발 근처를 번갈아보셨다. 그냥 훑어보는 게 아니라 분명 무엇인가 있어서 보이는 행동.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기에, 나 역시 어마마마의 시선을 따라 밑을 쳐다봤다.

“……!”

그곳에 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바퀴, 바퀴벌레. 검은 빛의 윤기 있는 엄지만한 크기의 무언가는 바퀴, 바퀴벌레. 내가 혐오하는 바퀴, 바퀴벌레……!

바, 바퀴벌레……!!!!

…키레…인건가?

“…….”

“…얘, 괜찮니?”

“네?”

“아니, 그…네 발등에 바퀴벌레가 있잖니.”

아. 그렇구나. 어마마마는 내가 바퀴벌레에 대해 극한의 공포와 더불어 혐오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바퀴벌레가 내 신체 위에 있음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만큼 기이하게 여기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얘는 일반 바퀴벌레가 아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사람이었던, 심지어 내가 이름까지 지어주었던 민폐덩어리의 성질 더러운 암컷(!) 인간. 곧, 겉모습만큼은 내 또래의 여자아이였던 키레니까.

물론 지금도 발등 위로 무언가 꼬물거리는 것을 느낄 때마다 등골이 오싹오싹해지는데, 키레의 인간 모습을 떠올리니 어떻게든 참아낼 수 있었다.

“전…괜찮습니다.”

뭐야, 이 초탈한 듯한 평온한 목소리는. 말을 한 나조차도 내심 놀라며 덤덤히 가벼운 미소를 보이자 정작 어마마마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신다.

“그, 그렇구나. 뭐, 뭐……. 그럼 어서 죽이렴! 뭐하는 거야, 지금!!”

아차차. 나 못지 않게 어마마마도 바퀴벌레를 싫어하신다는 걸 깜빡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감히 이 녀석을 죽일 수 있을까? 인간이 되어, 의사소통하고, 감정을 나눈, 이 작은 존재를.

“저기…….”

변명. 아니, 궤변이라도 좋다. 어마마마께 나의 논리를 펼쳐 인정받아야 한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할 수 있는 말을 해야한다.

아니, 모면하는 것으로 그치면 안 돼. 추후 어마마마가 내 방에 바퀴 살충제를 뿌리려 하는 것마저 막아내야 한다!

바퀴벌레라면 누구나 질색하기 마련이고, 그중에서도 나는 질색팔색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발견 즉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키레를, 바퀴벌레를 살려두고 싶다면 나는 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사실은, 음…방법이 있기는 하다. 어마마마의 기이한 것─미친놈─을 보는 듯한 시선이 앞으로 더 강해질지도 모르지만, 심신미약 상태이기에 어느 정도 감안을 해주실 거다.

에이, 까짓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어마마마, 저는 이 바퀴벌레를 기르고자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바퀴벌레의 습성을 파악하고 녀석들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하여 후에 있을지 모를 바퀴벌레들의 대란에 적절하고 빠른 대처를 해내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바퀴벌레가 한마리 나타났다는 것은 이 집에 이미 수많은 바퀴벌레가…….”

“래문아, 잠깐 숨 좀 돌리지 그러니?”

허억! 허억, 허억…무언가 말을 잔뜩 토해냈는데, 실제로 기억에 남는 말이 몇 없다. 내가 뭐라고 씨불인 걸까?

“으음…뭐, 래문이 네가 관리를 철저히 할 수만 있다면야 용납해주지 못할 것도 아니란다.”

다행히, 정상적으로 정신이상자로 보여진 모양이다. 그걸 순수하게 좋아해도 되는지는 미묘하지만 당장의 위기를 넘겼다는 것이니 안도하면 되겠지.

하지만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자그마한 틈만 보여도 금세 속마음을 읽어내시는 기인이시니까. 저 방문이 다시 잠기기까지가 관건이다.

“…….”

“…….”

지그시 내 눈을 바라보시더니 이내 씨익 웃으시며 문의 잠금쇠를 눌러주시는 어마마마.

“앞으로는 재깍재깍 문을 열어줬으면 하는 바가 있단다, 아들.”

“윽! 아들…아니, 네.”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고 나가주시는 어마마마였다.

어쩐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넘어간 것 같아 불안한 감이 있지만, 뭐 어떠랴? 바퀴벌레가 사람이 되었다며 사실대로 말해봤자 슬픈 눈으로 바라봐지는 것 외에 남는 게 없을 텐데. 그렇다고 반라의 키레를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보다 ‘아들’이라고 호칭한 게 굉장히 마음에 걸리는데…뭐라고 할까, 일종의 경고 같은 것이다. 지금은 넘어가겠지만 무언가 알아냈거나 수상쩍음을 느꼈다는 경고.

갑자기 입이 텁텁해지는 게 느껴진다. 이따가 부엌에서 물이라도 마셔야지.

그러고 보니 정수기는 가져오셨는지 모르겠네. 당장 목이 마른데 수돗물을 끓여마셔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하하.”

큰 위기를 넘기고 나니 쓰잘데없는 걱정들이 다시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아아, 큰 위기를 넘겼고 말고.

“…….”

그나저나, 이 바퀴…아니, 키레 말이야. 여전히 내 발등 위에서 더듬이를 까딱거리는 것 외에는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인간으로 있었을 때의 기억은 남아있을까? 아니면 순전히 본능만 남은 벌레로 돌아간 걸까?

“…키레?”

“…….”

…하하,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나. 소리를 통한 의사소통 신호래봐야 날개 소리밖에 낼 수 없는 바퀴벌레와 갑자기 인간의 말로써 대화가 성립되었다면 굉장히 무서웠을 거다.

…정말로.

“…….”
“…….”

더듬이를 흔들며 내 발등을 간질이는 녀석.

…왜일까. 녀석이 답을 하지 않는다는─못한다는 것에 어쩐지 답답한 심정이 든다. 이대로 두면 그저 인간이 두렵지 않은 바퀴벌레 한마리에 불과한데. 이대로 녀석을 내쳐버린다면 더 이상 아무런 문제도 없고, 세계는 내가 아는 ‘현실성 있는’ 세계로 돌아갈 것인데.

그런데…답답한 마음이 든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어?”

“…….”

답이 돌아올 리 없다. 그저 아까부터 쉼없이 더듬이로 내 발등을 콕콕 찌를 뿐인 바퀴벌레 한마리에 불과하다. 다른 바퀴벌레들과 섞어두면 구별해낼 수 없을, 겉보기에 특징이라곤 하나도 없는 바퀴벌레 한마리.

이 답답함은 분명, 나에게 인간의 지성을 보여준 녀석이기에 느끼는 일종의 죄책감일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나로 인하여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느낄지 모를 녀석에 대한 죄책감.

책임감. 만약 녀석이 지금의 모습으로도 인간의 지성을 갖추고 있다 한다면, 인간의 기억을 갖추고 있다 한다면, 그것을 단순히 바퀴벌레 한마리라고 표현할 수 없지 않겠는가?

녀석을 인간으로 돌리기에 앞서─내게 정말 벌레를 인간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이 시점에 와서도 확신은 서지 않지만─녀석의…키레의 마음을 알고 싶다.

당장은 ‘벌레’이기에 말을 통한 의사 전달은 어려워도, 다른 방법이 있을 터이다.

“키레. 그냥…하나만 물어보려고 해. 내 말뜻이 네게 전달되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지금까지처럼 바퀴벌레로서 살아가고 싶다면 지금 올라타 있는 발등 위에 계속 있어주면 돼.”

─내 말이 전달되지 않았다면 너를 바퀴벌레의 모습 그대로 놓아주겠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 그것은,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했던 키레의 말을 정면에서 어기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 단지 키레 본인의 선택이었다며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한 얕은 수법이다.

…하지만 만약, 정말 만약에.

“네가 인간이 되고 싶다면 말이야…….”

키레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낮춰, 두 무릎을 세운 채로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는다.

이 자세에서는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의도적인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녀석이 보일까 눈도 감아버린다.

“이쪽, 반대쪽 발등으로 올라와줘.”

일말의 기대감, 그리고 두려움. 의도 다분한 꾀를 부려놓고는 어째서인지 키레의 반응을 기대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 모순된 감정을 무어라 설명하면 좋을까?

아아, 이미 답은 알고 있다.

─외로움이다. 키레가 했던 말에서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리고 말았다. 어린 마음에 실수했던 기억들이 당시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품고 다시금 내 가슴을 얼룩덜룩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나의 기대감이라는 녀석은 키레에게서 외로움을 위로받길 원한다는 것인가?

키레. 내 말을 알아들었니? 동물들은 제 이름을 부르면 달려온다고 하지만, 그건 다들 귀가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바퀴벌레가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도망친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기 분자의 진동을 느끼고 생존본능에 따라 달아나는 것에 불과하다. 그 얘기는…….

“……!”

가, 간지러워! 으앗, 등골이 오싹해지기까지 하는데!?

─그렇다는 건, 움직였다는 소리!

눈을 뜨고 살짝 몸을 기울여 살펴본 나는…인간이 되고 싶다면 옮겨가라는 발등 위로 정확히 이동해온 바퀴벌레를…키레를 볼 수 있었다.

“…….”

인간…이라.

그래, 우선은 대화가 하고 싶을 거다. 내가 발등을 짓밟은 것에 대하여 분노도 터트리고 싶을 테고, 무언가 말을 하고도 싶을 테고, 그리고, 그리고…….

계속 뒷생각을 잇지 못하는 건 아까도 말한 죄책감이라는 녀석이 흐지부지로 만들어놓기 때문일 거다. 하여간, 쓸모없는 녀석! 이것이야 말로 키레의 선택인 것을, 인간이 되고 싶다는 녀석의 선택에 죄책감이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읏차.”

조심스럽게 일어난다. 녀석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지.

앞으로의 평생을 바퀴벌레로 살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분통을 터트리기 위해 인간이 되고 싶다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키레의 선택이기에 나는 그 소원을 이뤄줄 따름이다.

그러니─앗!

“우, 우앗!”

키레를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일어난다는 게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이대로 넘어진…다면 아까의 잘못을 재차 범하는 것!

애써 뒷걸음질을 치며 중심을 잡았다. 휴우…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평형신경과 무의식적 반사운동에 감사해야지.

“…아.”

다만, 키레의 더듬이를 왼발 뒤꿈치로 밟게 된 건 정말 사과해야할 일 같다.

번쩍!

또 다시 하얀 빛이 분출하고─그러나 눈은 멀지 않은 채,

“아파! 아파~!! 뮤아앗!! 발, 빨리 치워! 발! 더듬이, 당겨, 아프단 말이야~!!”

내가 건네줬던 흰 반팔을 입고 있는 여자아이, 키레가 나타났다.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는 궁둥이를 하늘로 향한 채로.

아무튼, 이것으로 증명되었다. 나에게는 벌레들을 인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그 반대도 가능한 능력이 있던 것이다.

왼 뒷발꿈치로는 벌레를 인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반대로 오른 뒷발꿈치로는 다시 원래의 벌레 모습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차차, 이런 감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얼른 사과하며 왼발을 들어올리자마자 잽싸게 뒤로 물러나 앉으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키레. 더듬이에도 감각이 있나 보구나…미안한 짓을 하고 말았다.

“뮤으…으으…….”

“미안해. 내 잘못이야.”

혹여나 분노에 찬 반격을 당할지 모르기에 조심스레 다가간 뒤,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언젠가 세라가 울고 있었을 때에도 해준 적 있는 위안의 행위.

진심으로 녀석이 겪었을 고통에 사죄하는 것이다.

“…….”

과연, 효과가 있던 듯 곧이어 키레의 울음이 그쳤다.

“…키레. 혹시 말이야…….”

그러니까, 넌,

“혹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은 거야?”

“응.”

─고민은 해본 건지, 내가 열심히 뭐라 사과하고 위로하면 좋을까 머리를 쥐어싼 것이 허무하게도 금세 답을 내놓았다.

“왜?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아마 래문…이 들으면 말 안 되는 얘기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나, 인간이 된 건 래문이 날 인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잖아? 그리고 키레라는 이름, 래문이 지어줬고…….”

입고 있는 옷을 만지작거리던 손으로 지금까지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던 내 손을 붙잡는 키레.

“이렇게 된 거, 인간으로 살아가는 거, 좋지 않을까 싶어.”

빙글빙글, 녀석은 그런 가벼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외로움에 훌쩍이던 모습과 대조되는 밝은 미소와 함께…….

그러다 일순 정색했다.

“하지만 용서는 별개야, 래문.”

“으, 으음…….”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 건데? 당돌한 얘기에 적당한 반응을 찾지 못하고 신음만 흘렸다.

“보상.”

…보상?

“기따란 거. 달달한 거. 과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을까?”

“초코렛……? 단 거 묻어있는 기~다란 과자!”

기다랗고 초콜렛이 묻어있는 과자. 아마도 그건 매년 11월 11일마다 온갖 곳에서 만들어져 팔리는 그 과자를 가리키는 것이리라. 연인들끼리 서로 나눠먹고, 뽀사먹고…아몬드가 박혀있는 종류로는 출출할 때 먹기 딱 좋았던 그 과자.

“여섯 개.”

“엥?! 그, 그건 좀 많은데?”

일반적으로 2000원─어라? 1000원에 팔리고 있지 않았어?─에 팔리는 그 과자는 여섯 개(상자)면 12000원이 든다. 하물며 내 수중에는 10000원밖에 없고, 결코 반성의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이 부족해서 당황한 것이다.

그보다 아무것도 없는 우리 집에서 과자를 살 수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지 벌써 두려워지기 시작하는데.

“…래문, 나한테 미안하지 않아?”

“그게 아니라…미안한 마음은 있어. 근데, 돈이 부족한걸.”

“돈?”

‘돈’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녀석. 설마하지만 너, 그 반응….

“돈이 뭐야?”

과연, 예상대로 그 개념을 물어보는 키레였다.

돈이라. 그것은 무엇인가? 물물교환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속의 개념이라 말해주면 충분하려나?

그러고 보니 대체 이 녀석의 지식은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하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걸까? 적어도 인간이 되며 내 기억을 받았다거나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바퀴벌레치고는 아는 게 많은 것 같단 말이지.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야. 사람들 사이에서 약속된 것으로 사용되지. 그걸 물건을 산다고 하는 거고.”

“으응……. 그러니까, 그게 적으면 물건을 살 수 없고, 래문은 그게 적으니까…가난하다는 거구나?”

윽!! 부모님의 교육 방침이 그러한 걸 어쩔 수 없잖아! 학생이 필요 이상으로 부유하면 경제 관념이 무너진다며 용돈은 다른 애들 수준으로 받았단 말이야.

게다가 지금은 집이 파산하기도 했고…부자가 3년은 먹고 산다지만, 그 자식은 엄밀히 말해 부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돈이 없다고.

“…뭐, 그럼 됐어. 하나만 사다줘, 래문!”

얼굴에 드리웠던 어둠이 모두 가시고 이제는 활짝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 녀석.

…그것이 결정타로,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집을 나와 편의점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저 멀리 보이는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대체 왜 이런 손님이라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땅에 편의점이 하나 달랑 놓여있는 걸까?

집으로부터 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이 편의점은 편도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우리 집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 덩그라니 서있더라. 집을 나오자마자 보이길래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다가 ‘편의점’이란 글자를 보고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아무쪼록 없는 것보단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

“…키레, 라.”

하하, 정말이지. 한 시간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이 왜 이렇게나 길게 체감되는건지 모르겠다. 그만큼 밀도 있는 시간이었다고 해석하면 되는 걸까?

어찌 되었든, 내 호주머니에는 세종대왕님이 자리잡고 계시고, 키레는 잠겨있는 내 방 안에 고이 모셔져 있다. 방 밖으로 나오지도 말고 문도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빨리 과자를 대령하지 않는다면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나는 즐거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나의 비명이 터져나온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드디어 첫번째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기존 내용에서 불필요하거나 어색한 흐름은 과감히 쳐내고 새롭게 흐름을 작성해보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읽어보면서 내용 보충이 필요해보이는 부분들은 수정해나갈 생각입니다.

기존 내용이 50kb 정도의 분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새로이 작성하고 보니 50%가량 늘어난 75kb 정도의 분량이 나오네요. 음…나이를 먹어가며 생긴 안 좋은 버릇 중 하나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자꾸 내용이 길어진단 말이죠…

심리 묘사를 좋아하기에 길게 쓰려다가 자제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멈추다보니 언제부터인가 호흡이 이상해지고 마는 악습관이 생기고 말았어요.

아무튼…이제 각 챕터별로 개그 요소를 담아 작성했던 에필로그만 남았네요. 이건 기존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려 합니다. 프롤로그는 어쩔 수 없다 쳐도, 그저 대사와 의성어, 의태어가 전부였던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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